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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산책

[동양풍 로맨스 웹툰 리뷰] 열세 번째 밤

by 김자오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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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순정, 동양풍 로맨스

글, 그림 시리얼

시리얼 작가의 웹툰, <열세 번째 밤>

키워드: 쌍둥이, 출생의 비밀, 대역, 죽음, 빈민가 출신, 귀족

 

<간략한 작품 소개>

(웹툰 소개글)

5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 란 제국. 건국 당시 황제를 도와 기틀을 마련한 사대 가문. 그중 주 가문의 딸이지만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아 빈민가에서 자란 삵.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의 첩으로 팔려 갈 위기에 처한 삵의 앞에 삵과 똑같이 생긴 귀족 아가씨가 쌍둥이 언니라며 나타난다.

생명이 꺼져 가는 희연은 19년 만에 만난 쌍둥이 동생 삵을 자신의 대역으로 내세우려 한다.

 

웹툰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화요일 독점 연재

이벤트 3일마다 무료

 

삵이라는 이름도 좋고, 사납게 살아온 주인공이 귀족 가문의 고아한 아가씨 흉내를 내야 한다는 것도 좋다.  표지 그림이 투명한 유리 구슬 장식처럼 보여서 클릭했다가, 그 키워드에 읽기 시작했다. 표지에서 기대한 그림과 살짝 느낌이 다르다. 색이 밝고 그라데이션이나 알록달록한 느낌이 드는 건 비눗방울 같아서 참 좋다. 쌍둥이 언니 희연의 옷은 제법 화려한 편이라 보기에도 괜찮다. 옷 디자인은 화려하다기보다는 화려한 옷이라는 걸 표현한 정도로 보인다. 그 점은 살짝 아쉽지만, 일주일에 한 편씩 그려 내는 웹툰이니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보이기도 하다.

 

폭력에 익숙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도망도 잘 치지만 비굴하지 않은 사나운 주인공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로맨스물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얌전하고 눈물 많은 여주인공을 봐 왔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당당하고 강인한 주인공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나도 좋아한다. 특히나 삵처럼 사납게 자랐지만 귀하게 살아가야 할 상황에 처한 주인공은 더욱 매력적이다. 어디서 맞고 들어오지 않을 거 같아. 그렇다고 앞뒤 없이 깽판 치면 곤란하긴 하지만 귀족들에게 숙이고 살았던 만큼 그 정도는 아닐 테니까 적당한 선이 있겠지.

숨어 있는 삵
위기에서 벗어난 삵

 

자신을 도와준 인물을 올려다보는 삵

그런데 음. 인체 비율이 안 맞을 때가 많고, 다소 시간에 쫓기는 듯한 그림이 많다. 옷 디자인은 한국, 중국의 것이 섞인 듯하다. 동양풍 로맨스라고 생각한 건 그래서이다. 그 밖에는 정원, 건물 양식 등은 다소 얼버무린 듯 보여서 별생각 없이 넘기게 된다. 눈에 띄는 화려함은 색감의 표현에서 느껴진다. 아무래도 표지를 보고 기대한 바가 있어서 이 부분은 살짝 아쉽긴 했다.

희연에게 끌려가는 삵

열세 밤이 지날 동안 삵은 희연의 대역이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부분은 억지스러울 수 있었지만, 아무도 희연에게 관심이 없어서 사람이 바뀐 걸 눈치 못 챈다는 것으로 개연성을 주었다. 누구나 관심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딘가 달라졌다고 해도 그냥 변덕이겠거니, 혹은 내가 모르는 모습이 있겠거니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면에서 희연이 귀하게 자란 듯해도 일정 부분 방치되어 자랐고, 다른 이들과 공적으로는 엮여도 사적으로는 마음을 제대로 주고받기 어려웠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부분이 아직은 제대로 묘사되지 않아서 희연이 좋게 보이진 않는다.

희연을 마주한 삵

내용적으로도 아쉽다.

처음에는 희연이 삵을 보고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좋다.'고 하길래 다른 귀족, 황족을 상대로도 깽판을 치거나 사납게 구는 등의 모습을 보일 줄 알았다. 그런 것 때문에 사나운 주인공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하는 것이니까. 사이다까지는 아니어도 어디서 구박을 받고도 말 못하고, 괴롭힘 당하고도 얼굴만 붉히고 말 리 없다는 기대감 정도는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희연에 비해서는 별거 아닌 귀족 아가씨에게 대놓고 괴롭힘을 당해도 말 한마디 반박을 못하고, 오히려 굽히고 들어가며 정말 사소한 복수를 하는 정도로 그친다.

희연의 흉내를 내느라 그렇다고 보기에는 초반의 삵과 그런 삵을 가르치는 이들의 교육이 좀 안 맞는 듯 보인다. 그럴 거면 차라리 희연이 어떻게 했을지 모르고, 희연 흉내는 내야 하니 일단 지금은 수그린다, 하는 정도면 좋았을 걸.

 

그리고 계속해서 흥미를 끌기엔 전체적인 내용이 좀 약하다. 대역, 사나운 주인공, 변하는 주인공 등 어떤 키워드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림으로 흥미를 끌어 나가기에는 얼버무린 그림이 많고, 인체 비율이나 움직임이 어설픈 구석이 많다. 표정의 표현이나 대사가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남자 인물들은 하나같이 태도가 모호하고, 어디에서 어떤 매력을 느껴야 할지 알 수 없다. 오직 희연만을 위해 산다거나 희연과 서로를 이용해 먹는다는 것도 그 자체는 명확한데, 삵과 얽히기만 하면 그냥 딱 조연에서 그치고 만다. 그들의 서사가 필요한 건 아니어도 인물이 생생히 드러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삵만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인물을 두고, 어떤 인물을 어떤 것을 중점으로 봐야 할지를 모르겠다.

 

키워드는 참 좋고, 아직도 사나운 주인공을 기대하고 있어서 따라가고는 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다. 한 편, 한 편의 흐름이 느린 것도 아닌데 느리게 느껴지는 걸 보면 사건의 표현이 좀 약한 것은 아닐까 싶다. 큰 사건이면 크게 다루고, 작은 사건이면 작게 다루는 강약 조절이 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고 그냥 전체적으로 비슷한 온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래서 무난한 스토리로만 보인다.

 

적어도 희연이 안쓰럽든, 아니면 끝까지 고고하고 못된 모습이라 감탄을 주든,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의 갈등이 더 드러나면 좋겠다. 이대로면 희연이 죽고 나면 금방 잊히고, 그냥 삵과 희연의 비교를 주위 사람이나 삵 스스로가 하게 되는 게 전부일 듯하다. 독자로서는 희연을 금방 잊고 어떤 인물인지 인상이 강하게 남지 않을 것 같다.

 

평점:

*키워드가 좋아서 좀 더 보겠지만, 올해 안으로 삵이 삵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더 볼 이유가 없을 것 같다. 60화까지 봤는데 아직도 삵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쉽다. 올해라고는 해도 일주일에 한 편씩이니까 오래 기다리진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80편 되기 전에 삵의 매력이 드러나야 될 거 같은데. 그래도 출생의 비밀에 대한 단서가 하나씩 풀리는 방식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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