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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산책

[로판 웹툰/소설 리뷰] 신데렐라를 곱게 키웠습니다

by 김자오 202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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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로맨스 판타지

그림 선셋

원작 키아르네

키워드: 빙의, 새엄마, 계모, 상냥한, 야무진, 철벽, 원작에서 벗어난, 사이 좋은, 가족, 성장물, 힐링물

 

<간략한 작품 소개>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서른일곱 살에 두 번이나 남편과 사별한 몸에 빙의했다.

심지어 딸이 셋이나 된다.

구박해야 하는 신데렐라, 애슐리는 마냥 예쁘기만 하고, 애슐리를 괴롭혀야 할 친딸들은 착하기만 하다.

모든 걸 포기하고 아이들을 키울 걱정만 하게 된 밀드레드의 앞에 웬 어리고 잘생긴 남자가 나타나는데.

 

웹툰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이벤트 7일마다 무료

 

그림의 선이 말끔하고 색의 사용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제목이나 작품 소개보다 그림 때문에 읽어 보기 시작했다.

오히려 표지 그림이 어수선하고 눈이 안 가는데, 내용상으로 보면 컷마다 들어가는 인물 구성, 색이 모두 안정적이다.

콘티는 담백하고 담담하면서도 은은하게 몰입시킨다. 로판 웹툰에서 많이 못 본, 머리 위에서 찍는 구도도 나온다. 여러 각도에서 표현된 그림이 다 괜찮다.

몸의 움직임이 꽤 자연스럽다. 아주 많은 움직임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일상적인 동작 하나하나가 다 매끄러워서 보기에 편안하다.

원작 소설이 담담한 것 같은데, 전체적인 내용이 잔잔해서 이렇다 할 사건은 많지 않다. 사건이라면 사건일 수 있지만 콘티의 구성, 주인공의 속내나 말할 때의 투가 담백하다 보니 조용조용히 넘어간다. 초반 무료 분량에서는 그림 외에는 독자를 크게 끌어들일 만한 내용은 아닌 듯하다. 그림이 워낙 예쁘다 보니 거기서 흥미를 느끼게 된다.

배경의 표현이 좋다. 인물과의 조화도 잘 이루어지지만, 그보다는 집안에서도 식당, 부엌, 방, 응접실, 복도 등의 표현이 명확하면서도 저택의 분위기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표현되었고, 마을의 풍경도 그냥 적당히 얼버무리는 게 아니라 대충 이런 마을이겠구나, 하고 상상할 수 있게 그려졌다.

 

밀드레드와 애슐리가 워낙 예쁘게 그려져서 상대적으로 밀드레드의 두 친딸이 안 예쁜 듯 보이는데, 그렇다고 해도 무척이나 귀엽다. 그림의 문제도 있지만 작가가 두 딸을 그릴 때의 인상이 부드럽고 활기찬 편이라 더욱 귀여워 보인다.

그림이나 영상 등에서 어린아이의 얼굴에 대해 예쁘다, 못생겼다 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에서는 못생겼다고 표현하지 않고 그냥 애슐리가 예쁘다는 표현만 있어서 나쁘지 않다. 그것도 무작정 예쁘다고 말로 명확하게 표현하기보다는 눈에 띈다는 게 사람들의 반응으로 드러나는 게 더 큰 듯싶다.

애슐리에 비해 다른 두 언니는 표정이 풍부하고 여러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인지, 애슐리의 얼굴이 더 섬세하게 그려졌음에도 두 언니의 얼굴이 훨씬 생동감 있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애슐리는 대체로 눈치를 보거나 시무룩한 얼굴이 더 많이 드러나고, 웃기는 해도 다른 표정이 많지 않아서 두드러지지 않다 보니 비교적 존재감이 약하게 느껴진다. 애슐리가 얼마나 조용하고 야무지지 못한 아이인지를 표현하다 보니 그리 된 것 같은데, 이건 이것대로 좋다.

 

애슐리는 가장 존재감이 약한 편임에도 눈치를 보느라 아이답지 못하고, 눈치는 봐도 눈치가 없고, 그러면서도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사랑을 원하는 게 눈에 보일 만큼 선명히 드러난다.

그만큼 인물 하나하나가 명확히 드러난다.

소설

이벤트 1일마다 무료

 

초반에는 아무래도 빙의에 대한 설명이 긴 편이다. 빙의한 소감, 만난 인물에 대한 설명 등. 지루하진 않고, 그냥 나올 만한 내용이구나 싶다. 그렇다고는 해도 흥미를 끌기에는 약하다. 웹툰을 안 봤다면 아마 2화쯤에서 소설을 접거나, 아니면 몇 화를 건너뛰었을 듯싶다. 설명이 많이 나오더라도 약간 기억에 남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잔잔하게 넘어가 버린다.

 

나는 빙의을 보다 보면 보통 아무것도 모른 채로 주위 인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서 이게 약간 의아했다. 영혼이 바뀌었다고 해도 몸은 멀쩡하니 몸에 저장된 정보,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일하는 방식이나 말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의 신체 능력도 영혼보다는 몸의 근육이 기억하는 쪽이 더 강할 듯싶은데 대개의 빙의는 영혼이 우선시된다. 하다못해 미각도. 사람마다 맛을 느끼는 기준도 다를 거 같은데 전생에 요리사는 다 빙의, 환생 후에도 맛에 민감하다.

아무튼 이 소설에서는 그래도 밀드레드의 몸에 남아 있는 정보, 기억이 좀 남아서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는 굳이 부자연스럽게 주위 인물을 통해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민망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변명이 가미된 대화도 없어서 보다 편하게 읽힌다.

 

다만 의아한 건, 전생보다 열 살은 더 많은 나이, 갑자기 생긴 딸, 본 적도 없는 죽은 남편이 둘이나 생겼음에도 주인공이 너무 담담하게 그 상황을 이해하고, 적응했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대하는 일에 너무 자연스러운 게 좀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 같으면 결혼도 못 해 봤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억울할 것도 같고, 생판 남을 셋이나 책임지고 건사해야 하는 상황이 무섭고 버거울 것 같은데 밀드레드는 원래부터 각오했고, 경험했던 일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낸다. 요리해서 아이들을 먹이고, 옷을 해 입히고, 결혼시킬 준비를 한다.

 

두 딸, 아이리스와 릴리는 생동적이고 활발하며 활기차다. 의외로 존재감이 커서, 나는 밀드레드와 남자 주인공 다니엘보다 이 두 아이의 성장이 더 궁금해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소설로 이것까지 다 본 건 아니고, 웹툰을 통해 아이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사실 웹툰도 담백하지만 그림이 예쁘니까 계속 읽는 거지, 소설이나 웹툰이나 내용적으로는 너무 담담해서 크게 흥미를 느끼진 못 한다. 자극적인 사건이 필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잔잔하니까 돌아보면 기억나는 게 없다. 일상물이라 할지라도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쯤은 있을 법한데. 대사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지루하지는 않다는 건 참 신기하다.

 

*나쁘지 않다. 그림이 좋아서, 그리고 애슐리보다 아이리스와 릴리가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순간을 보고 싶어서 읽고 있다. 지루하진 않지만 딱히 끌리진 않는다. 소설은 무료 회차까지 읽고 그냥 웹툰만 남겨 두었다. 깔끔하기도 하고 나쁘진 않아서 문장으로는 별 3개, 그러나 전개가 너무 잔잔하고 설명 및 속마음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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