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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산책

[로판 웹툰/소설 리뷰] 녹음의 관

by 김자오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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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비누

웹툰 글 

원작 시야

시야 작가의 <녹음의 관> 웹툰 표지

여주 키워드: 빙의, 생존, 유능, 신뢰, 힐링, 상냥, 약속, 번영

남주 키워드: 학대, 방치, 상처, 유능, 성장, 힐링, 카리스마

 

<간략한 작품 소개>

자신이 쓴 소설 속, 남자 주인공 유스타프의 계모의 딸로 빙의한 란.

원작의 란은 어머니와 함께 유스타프를 괴롭히고 학대하지만 빙의한 란은 유스타프에게 잘 보이려 한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 온 일들로 인한 주위의 시선과 어머니의 힘으로 인해 할 수 있는 게 없다.

최선의 선택은 어머니의 힘이 닿지 않는 기숙학교로 쫓아내듯 도망 보내는 것뿐이다.

잘 보이려 애를 쓰는 한편으로 부모를 지키려 하지만 원작대로 그들은 부모를 잃고 만다.

란은 유스타프에게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영지를 지키고, 번영시킨다.

그런 한편으로 유스타프가 성인이 되면 가주 자리를 넘기겠노라 약속한다.

유스타프는 어느 날 갑자기 변해 버린 란을 의심하지만 그 유능함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란은 원작의 서브 남자 주인공이었던 루미에까지 구하려 마음먹는다.

미움받던 란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달라지며 유스타프 역시 마음이 흔들리는데.

그러던 중 란은 자신이 쓴 이 소설 속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다.

웹툰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이벤트 3일마다 무료, 카카오페이지 캐시 뽑기권 및 앤틱 컬러 큐빅 귀걸이 경품 이벤트(10.30~11.9)

<녹음의 관> 카카오페이지 이벤트

그림

 

굉장히 귀여운 그림체라는 게 제일 처음 든 생각이었다. 모든 인물이 기본적으로 귀여운 느낌의 얼굴이고 각자의 머리, 눈 색 등이 좀 다르지 얼굴 형태는 약간 비슷한 편이다. 표정으로 약간씩 차이를 두었지만 같은 성별, 표정의 얼굴만 놓고 보면 다 비슷해 보일 것 같다.

 

불필요한 소품이나 배경은 주로 직접 그리기보다는 따온 것처럼 보이는데 이질적이지 않고 작가의 색으로 칠했다. 덕분에 인물과 튀는 느낌이 적고, 거기에 쓰는 시간을 줄여서 인물에 공을 들인 듯 보인다. 난간 그림조차 웬만하면 시간이 없으니까 대충 그리는 웹툰이 많은데 이 작가는 거기에도 무늬를 넣으면서도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여러 각도에서 그리는 그림도 제법 자연스럽다.

 

기본 콘티가 흥미롭다. 세로로 그리다가 가로 그림이 가끔 나오는데, 그게 불편하지도 않고 흐름대로 따라갈 수 있어서 보기에 편하다. 청염 등의 설명이 불가피할 때에도 설명만 장황하지 않아서 흥미를 적절히 끈다. 사소한 손의 움직임도 그리는 건 때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컷의 낭비나 이야기를 루즈하게 끄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없다. 은근한 연출이 들어가서 그것마저도 의미심장하게 보일 때가 있다.

 

옷과 장식 디자인이 화려하다. 로맨스 판타지 웹툰을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화려함 때문이라, 무척이나 눈이 즐겁다. 여러 가지 머리 모양, 그에 따른 머리 장식, 목걸이나 귀걸이 등의 장식은 물론이고 옷의 디자인도 예쁘다. 색채가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편이라 화려한 디자인이어도 과하지 않고 우아하다. 솔직히 이런 거 입고 싶다.

 

표정의 표현이 제법 많고 매끄럽다. 표정만 두고도 어떤 표정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얼굴이 많이 귀엽게 그려지는 까닭인지 뭔지, 표정의 표현이 대단히 훌륭할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이 정도면 정말 매끄럽게 보기 좋다.

 

원작을 잘 살리면서도 전개 속도가 빠른 편이라 다음 편이 자꾸만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나온 화는 기무와 상관없이 전부 결제해 버렸는데 솔직히 후회 중이다. 다음 것을 읽을 게 없다.

시야 작가 <녹음의 관> 소설 표지01
시야 작가 <녹음의 관> 소설 표지02
시야 작가 <녹음의 관> 소설 표지03

소설 시야

이벤트 12시간마다 무료

표지 에나

 

꽤 좋아하는 작가다. 내가 읽어 본 작품으로는 <마성의 황자와 나>, <나는 이 집 아이>, <시그리드>가 있다. <시카 울프>도 대표작으로, 현재 웹툰 연재 중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소재도 좋고 문장도 좋고, 전개도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중간쯤 가면 자꾸 힘을 잃는 듯 보인다. 시작은 늘 취향에 꼭 들어맞는데 아쉬운 일이다. 작품 편수를 반, 혹은 3분의 2 정도로 줄이면 좀 더 끝까지 힘있을 듯싶다.

 

그럼에도 시야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꼭 찾아보게 되는 건 우선 표지가 예뻐서 누구 작품인지 모르고 일단 클릭하고 보는 것도 솔직히 있고, 늘 취향이 맞아서 손이 가는 것도 있다. 끝까지 볼 수는 없어도 앞부분이나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녹음의 관>도 괜찮은 작품이고, 초반에 연재로 읽다가 한 번에 보려고 리디북스에서 단행본 전권도 사 두었다. 아직은 읽을 게 너무 많아서 다시 읽지 못하고 있지만.

남자 주인공 유스타프

주인공 유스타프는 머리가 좋고 차분한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구박을 받아 왔던 터라 감정을 삭이고 삭이다가 체념하고, 끝내 마모된 아이로 자랐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신뢰할 줄 아는 인물이다. 일단 그림이 귀엽고 잘생겼으니 됐다. 섹시미가 없는 건 아쉽지만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 그리고 이 정도 미남이니까 괜찮아. :)

 

유스타프는 무뚝뚝한 편이지만 말이 없지는 않다. 해야 할 말은 꼭 하고, 필요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한다.

"전 쉽게 죽는 사람은 싫습니다."
"음, 확실히......."
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튼튼한 사람이 좋겠지. 그건 그럴지도.

본래는 란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경계했지만 한편으로는 란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기에 바로 적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란을 은근히 챙겨 주는데, 그 방식이 은근해서 주위 사람들은 물론이고 란조차도 유스타프의 생각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 하는 행동들은 누가 봐도 란을 아끼는 거라, 말이나 표정을 빼고 보면 명백히 란의 편이다. 등장인물들은 유스타프와 너무 가까워서 그걸 못 알아채는 것 같지만. 그게 과장되지 않아서 란이 유스타프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게 억지스럽지 않다.

여자 주인공 란

란은 오직 생존을 위해 유스타프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치고 많은 부분에서 특이한 면이 있다. 그동안은 자신이 쓴 세계 속에 빙의했고, 유스타프의 불행은 모두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와서 유스타프에게 너그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으로 인해 '실제' 사람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이미 한 번 죽었었기 때문인지 살고자 하면서도 유스타프에게 죽으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그런 마음 때문에 유스타프가 그런 말을 하지.

조약에 집어넣어야겠습니다.
제가 가주가 될 때까지는 죽지 않으시는 거로요.

란은 죽을 생각이 없다고 대답하지만, 유스타프가 보기에는 늘 위태롭고 언제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 같을 것이다. 실제로 난간에서 떨어질 뻔하고도 웃는 모습을 보고 놀랐겠지. 그 장면에서, 웹툰에서도 무척 인상 깊게 묘사되었다. 난간에 걸터앉아 있으니 사실 유스타프는 그대로 란을 밀어 버릴 수도 있었다. 혹은 란이 떨어져도 그대로 모르는 척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란이 난간에 걸터앉은 것을 보자마자 유스타프는 바쁘게 다가가서 란을 잡아챘다. 그 바쁜 걸음이 유스타프의 마음을 드러낸다.

유스타프와 란

아니 처음에, 난간 때보다도 먼저 청염을 낀 란이 불꽃에 휩싸이는 것을 보고 당황했을 때부터 이미 유스타프가 변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불꽃에 휩싸이면 당황해서 구하려고 들기야 하겠지만. 그때 란이 유스타프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가주가 되는 것은 임시이며, 유스타프가 성인이 되면 가주 자리를 돌려주겠다고 했을 때 유스타프는 처음으로 란의 진심을 어느 정도 느꼈을 듯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고, 란도 어느 정도는 목숨을 건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을 알고 한 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더 경계할 법도 한데, 유스타프는 란을 내쫓지 않는다.

유스타프

유스타프도, 란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무뚝뚝한 남주, 유능한 여주는 많이 다뤄지지만 시야 작가 특유의 문체는 그 인물들을 생생히 살리기에 더욱 빛이 난다. 적당한 묘사는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주위 상황이나 인물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인물 위주의 사건 흐름이다 보니 점차 바뀌어 가는 인물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알 수 있다.

아니 다 됐고, 그림이 너무 예쁘고 원작 작가가 좋다. 이건 그 자체만으로도 소장할 가치가 있다. 나는 늘 시야 작가의 글을 끝까지 못 읽고 중간에 자꾸 다른 책으로 새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몇 작품은 단행본으로 완결까지 소장해 두었다. 언젠가 끝까지 읽을 생각으로. 소재보다는 인물을 살리는 힘이, 시야 작가도 그렇고 웹툰 콘티 작가도 무척이나 강한 듯하다. 그 힘을 갖고 끝까지 가면 좋겠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인물들. 사건 자체는 특이할 만한 게 없으나 편안하게 읽고 쉽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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