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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학로 연극, <아홉수 ver.3.0>

by 김자오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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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홉수 ver.3.0 무대

  • 공연 기간: 2023년 09월 19일~09월 21일.
  • 러닝 타임: 80분.
  • 공연 장소: 창조소극장.

 

창조소극장

 

-위치: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직진, 길을 건너서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극장. 극장동국 바로 옆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무슨 면회실 창문 같은 조그마한 창문이 있었다. 이곳이 티켓부스. 보통은 여기에서 MD도 판매하는데, 공간이 좁아서 많은 걸 판매하진 못하고 엽서나 뱃지 몇 개만 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화장실: 복도 끝에 화장실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엔 여자 칸, 오른쪽엔 남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소리가 다 들리고, 세면대가 하나라 사람이 많을 시 약간 복잡할 수 있다. 혜화역 화장실도 괜찮은 편이니 거기에서 다녀오는 게 더 편했다.

 

-좌석: 벤치형으로 길게 놓인 좌석. 앞뒤 간격이 좁은 편이라 다리가 긴 사람은 매우 불편하다. 안쪽에 앉으면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좌석이었다. 90º로 된 좌석인데 등받이도 낮아서 오래 앉아 있긴 힘들었다. 쿠션감은 나쁘지만 않은 정도. 이 공연장은 웬만하면 자유석이라 좀 일찍 가서 바로 자리 잡는 게 좋은 곳이었다.

 

아홉수 ver.3.0

-무대: 작가의 실제 방에서 갖고 온 가구와 물건들로 꾸민 무대. 그 방의 분위기, 공기, 냄새까지 갖고 오고 싶었다는데, 머리카락이나 피, 각질 같은 것도 있을 것이란 말은 좀 과한 느낌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달까. 침대 밑엔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슬리퍼도 있고, 쓰레기통엔 쓰레기도 가득했다. 침대 머리맡엔 약통도 잔뜩 있고, 물건들은 좀 어수선한 편이었다. 이불도 깔끔히 정리했다기보단 적당히 펼쳐 놓은 듯해서 꽤 평범한 방의 느낌이었다. 한쪽엔 장식장도 있는데 뭘 좋아하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특히 티켓을 정리해서 담은 티켓북은 사실 하나하나 구경해 보고 싶었다. 무대 앞엔 테이블이 있고, 작가의 사진이나 굿즈 등이 있었다. 작가의 전시전 같은 거라고 소개하는데, 막상 별건 없었다. 그냥 해리포터랑 악세사리, 사진뿐. 오히려 침대 머리맡의 약통이 좀 더 작가를 드러내는 듯 보였다.

 

-배우: 두 배우 다 연기를 잘했다. 그런데 두 배우의 느낌이 전혀 달라서, 작가가 '어떤 자신'을 보여 주고자 한 건지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자기 자신을 나열하는 데 전혀 다른 느낌의 두 배우를 쓴다면 천사와 악마처럼 두 가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 주거나, 혹은 열아홉 살의 자신과 스물아홉 살의 자신처럼 차이를 둘 줄 알았는데. 그저 자신을 설명할 때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두 배우를 쓰는 듯했다. 자신을 설명하고, 자신이 보여 주고 싶은 부분을 드러내고. 굳이 둘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둘이기에 좀 더 풍성한 느낌을 주기는 했다.

 

-감상: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극은 아니었다. 작가가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고 싶고, 남에게 말하고 싶은 듯 보였다. 스토리가 있거나 정돈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자신의 삶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런 이야기도 정리해서 풀어냈다면 작가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정리를 하기보단 그저 나열했다. 자신의 감정을 나열했다. 나열, 혹은 설명.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돌이켜 보는 느낌이었다.

'토하고 토하고 토하고 토하고 토하고'의 집요한 반복이 특히 인상 깊었다. 모든 것을 토해내고 싶은데, 그 모든 상처를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듯했다. 자신을 싫어하는 만큼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인상을 받았다. 자기 연민을 즐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상태에 돌입한 것도 같고. 어쨌건 자신을 지키고 싶은 욕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연민을 통해 사랑받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사람들은 주로 남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더라. 그래서인지 이 공연을 보면서도 '나를 사랑해 줘.'라고 말하는 듯 느껴졌다. "나를 이해해 줘. 나를 사랑해 줘. 나를 연민해 줘."라고. 때론 가엽고 때론 귀찮아도, 의외로 귀여운 유형. 내가 잘못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유형은 꽤 귀엽게 느껴져서 이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기도 했다.

 

재관람 여부.

음, 스토리가 따로 없고, 공감이나 설득을 하기보다 두서없이 설명하는 극이라 재관람은 하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이 작가가 서른아홉이 되어 연극 <아홉수 ver.4.0>을 한다면 한번 보고 싶어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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