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작당모의.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사이, 극장 작당모의가 있었다. 예전엔 여기가 소디스 복합문화공간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 바뀌었는지 모르겠네. 아무튼 사장님이 원래는 영화를 제작하던 분이었나 본데, 지금은 이곳에서 영화도 함께 보고, 스탠딩 코미디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오래된 영화들만 있는 것 같던데. 그보다 스탠딩 코미디라는 게 흥미로워서 한번 가 봤다. 유튜브 같은 데선 종종 보는데 실제로는 본 적 없어서.
주문.
간단히 음료만 주문하면 볼 수 있대서 우선은 마실 것을 주문했다. QR코드가 있길래 그걸로 바로 결제까지 하는 줄 알았는데, 메뉴만 확인하고 주문은 카운터에 가서 직접 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QR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기엔 테이블 번호가 없었군. 주류도 꽤 다양한 편이었다. 원래는 하우스와인, 화이트와인을 마실까 했는데 페데리코 와인이라길래 다른 걸로 골랐다. 페데리코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인 것 같더라고. 난 소비뇽블랑을 마시고 싶었는데. 아니면 적어도 샤도네이라든가.
스탠딩 코미디.
무대는 굉장히 휑뎅그렁했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전부인 극장 작당모의의 무대. 의외로 관객도 제법 많았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관객의 반은, 사실 관객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코미디 하러 온 사람들이었다니! 스탠딩 코미디 하러 온 사람이 여섯 명이었는데, 따로 대기실이 없어서 그곳에 함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나와서 코미디를 할 때면 다른 코미디언들도 관객과 함께 분위기 잡고 웃어 주니 좀 더 분위기가 좋아졌다.
수위가 높다고 주의를 듣고 보기 시작했는데. 수위 높은 것, 관객들을 살짝 놀리는 것 모두 나쁘지 않았다. 노골적으로 성적인 단어, 약자를 비하하는 용어 등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정도는 예상보다 약한 정도라 들을 만했다. 관객을 놀리는 것도 적당히, 약간 조심스레 다가가는 면이 있었다.
애매하게 웃긴 코미디언도 있고, 관객을 잘 못 보고 혼자 말만 내뱉는 코미디언도 있고. 관객이 웃는 것까지는 캐치하지만 서로 소통하듯 코미디를 관객에게 던지는 건 못하는 코미디언도 있었다. 혹은, 나와서 너무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이느라 오히려 웃을 타이밍도 애매해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정말 관객과 소통하듯 말을 편하게, 툭툭 던지는 코미디언들도 있었다. 관객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기도 하고, 분위기와 상대의 반응을 봐서 말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꼭 관객과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 말하고,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노련한 코미디언 두 명. 그들 덕에 좀 더 분위기가 유쾌하게 느껴졌다.
그냥 가볍게 술이나 음료 한잔하면서 웃고 즐기기엔 좋았다. 대충 2시간 정도 한 것 같은데.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 낙성대역 등에서 이색 데이트나 이색적인 혼술을 즐기고 싶을 때 가도 괜찮을 듯싶었다. 영화 상영을 하는 날에도 한 번 가 볼까 싶었다. 그냥 그곳 분위기가 적당히 편안했다. 코미디는, 코미디언들이 좀 더 여유롭게 던질 수 있고, 설명 없이 굵직하게 말을 던질 수 있을 때에 더 재미있어질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