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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혜화/연극] 한 뼘 사이 자첫자막 배우 솔직 리뷰

by 김자오 202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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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 / 라온아트홀
*자첫자막
*4월 1일 금요일 밤공

<캐스팅>

 

공연에 대한 리뷰는 ▼블로그 리뷰▼에 적어 두었다. 약 스포!

 

https://blog.naver.com/white-zao/222692805210

 

연극 리뷰 / 정신없이 몰아치는 썸&썸, 혜화 공연 <한뼘사이>

혜화 공연 보러 간 지 오래됐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봄에 어울리는 설레는 데이트 연극이 보고 싶어졌...

blog.naver.com

회전문 열린 공연은 보통 디테일까지 적어야 해서 모든 내용을 써 놓는 편이다. 하지만 <한뼘사이>는 머글극이라 스포를 자제했다. 그래서 공연 리뷰는 짧은 편이다. 여기에선 배우 리뷰를 해 볼 생각인데, 이것도 스포를 자제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

 

마혜리 검사: 박민정 배우

담대하고 시원시원한, 직진만 할 것 같은 마혜리.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겁쟁이에 소심하기까지 하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서툴고, 그렇다고 마냥 받아 주기만 하지도 못한다. 박민정 배우는 그런 외강내유의 모습을 귀엽게 살렸다. 말도 직선적이지만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털털하다. 그러면서도 야한길의 진심에 관해서는 소심해서, 야한길의 말실수마다 반응하면서도 "무슨 의미인지." 질문을 못한다. 그저 좋아하는 상대에게 휩쓸리는 게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도 간다. "널 좋아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워서 묻지도 못하는 그 마음이 은근히 드러난다. 그래도 야한길의 뒤에서 몰래 "귀여워." 하며 애교 부리는 게 굉장히 귀엽다. 그리고 솔직히 배우 자체의 인상이 서글서글해 보여서 시선이 가더라. 연기 텐션이 오르내리는 편이라 좀 더 자연스럽다. 전체적으로 극의 텐션이 높은 편이라, 배우가 텐션 조절하면 티가 난다.

 

야한길 변호사: 이동구

마냥 귀여운 줄 알았는데 비겁해서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인물, 야한길. 웃는 얼굴도 밝고 순진해서 귀여웠는데, 자꾸만 회피하고 마음을 숨기기에만 급급해서, 그러면서도 실수인 척 마음을 흘려 대서 정말 얄밉다. 차라리 유혹하려고 은근히 마음 드러냈다가 상대가 당황하면 분위기 무마하려고 얼버무리든지.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드러나는 거라면 농담으로 흘리더라도 서로 픽 웃을 수 있는 농담으로 얼버무리든지. 많이 보이는 캐릭터라 더 잘 알아서, 더 많이 신경 쓰이나 보다. 당하는 마혜리의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만하다. 좀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당해 봐서 안다. 그만큼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드는데, 그래도 자꾸 헤실헤실 귀엽게 웃으니까 밉지 않은 게 더 화난다. 밉기라도 하든가! 아니 웃는 건 또 왜 귀여운데! 배우가 인물을 잘 살렸는데 전체적으로 텐션이 아이 같다. 그래도 마혜리를 보는 눈이 '귀여워'라서 오누이 같진 않다. 이동구 배우의 야한길은 진짜 마혜리를 많이 좋아하고, 쫄레쫄레 따라 다니는구나 싶다. 그래도 역시 마혜리가 야한길 맘고생 시켜도 될 거 같다.

 

금나리: 김린

옆집에 살았으면 진짜 초코우유 사 줬다. 캐릭터부터가 귀여운 설정인데 그걸 김린 배우가 잘 살려서 더 귀엽다. 금나리 말고 김린 배우라도 옆집에 살면 은근슬쩍 초코우유 하나씩 사 줬을 거 같아. 밝고 활기차고, 웃음을 끌어내는 신입 기자. 너스레를 잘 떨고 약간 주책 맞은데, 그게 귀엽다. 살짝 과한 설정이 있어서 스킨십 씬마다 움찔하게 되지만 그걸 또 상대인 리처드가 잘 받아 줘서 웃게 된다. 금나리는 멘탈이 강하고 거침없다. 보통의 텐션이 높은 것치고 부담이 없고, 고저가 있어서 인물이 좀 더 살아난다. 조용할 땐 조용하고 활달할 땐 활달하고. 배신감에 실망하다가도 사람 자체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 금세 또 털고 일어난다. 하지만 상대를 좋아하고, 믿는다고 해도 용서해도 될 일과 안 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성숙한 인물. 김린 배우는 그걸 잊지 않고 표현한다. 아무튼 초코우유 사 주고 싶다.

 

리처드 홍: 임재원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다 세서, 비교적 텐션이 다운된 리처드는 묻힐 줄 알았다. 처음 등장부터 목소리에 들어간 힘이나 텐션이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약했다. 그런데도 묻히지 않고 충분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실 웃는 얼굴 맘에 듦. 불행한 과거가 있고 그에 휘둘리는데도 마냥 좌절하지 않는다.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것도 같고, 이렇게 된 이상 일단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 보자는 것도 같다. 당장 빚더미에 올라 거꾸러질 상황이라도 모든 걸 체념하기보다, 금나리를 붙잡고 사기를 쳐서라도 살아남으려는 사람. 악착 같다기보다는 그냥 그 사람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일단 되는 대로 내 맘대로 살아 보자. 힘없이 웃는 것 같은데 그게 또 금나리를 유혹하려는 듯 예쁘게 웃는다. 금나리의 선 넘는 주책도 자연스럽게 받아 주고, 태연히 역으로 유혹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한 번쯤은 그 유혹에 넘어가 줘도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텐션보다는 그때그때의 감정이 고저를 만든다. 막 요동칠 정도로 오르내리진 않지만, 투덜거릴 때, 유혹할 때, 야한길과 마혜리의 "한번 해 줘!"를 보며 웃을 때 전부 다 다르다.

 

멀티맨: 온정

여러 역할을 한 번에 하는데 전부 조금씩이라도 다르게 하려고 노력한 티가 난다. 전체적으로 극 자체의 텐션이 높아서 덩달아 멀티맨의 역할 텐션이 대체로 높아지지만, 그럼에도 인물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넉살 좋게 극의 분위기를 이끌기도 하고, 나름대로 애드립에도 강하다. 주위의 텐션이나 웃음에 너무 휘둘리면 모든 캐릭터가 하나가 되고, 또 너무 굳건하면 웃음이 줄어드는데 그 사이의 균형을 제법 잘 맞춘다. 야한길의 엄마 역할은 좀 과한 면이 있어서 자칫하면 억지 웃음을 줄 만한데, 온정 배우는 적절히 허술한 면도 보이면서 억지스러움을 빼고 웃음을 유발한다. 약간 비 맞은 강아지 느낌의 캐릭터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막 좌절하거나 분노하는 인물보단, 적당히 사연 있고 적당히 우울하고, 그래도 웃을 땐 배시시 웃는 그런 캐릭터를 한번 보고 싶네.

 


*<한뼘사이>로부터 초대권을 받아 관극했지만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 머리 비우고 재밌게 보고 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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