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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산책

[로판 웹툰 리뷰] 악녀가 사랑할 때

by 김자오 202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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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로맨스 판타지

원작 서귀조

그림 대치동건물주

각색 콘티 붉구, HJ

채색 지안

배경 연남동건물주, 드래곤몽키

보정, 편집 UT

여주 키워드: 빙의, 악녀, 병약, 미인, 황족, 역하렘, 덕후, 덕질

 

<간략한 작품 소개>

좋아하는 악녀 캐릭터에 빙의했다.

주변 인물로 빙의했다면 마음껏 악녀 언니를 덕질했을 텐데, 하필 그 본인에게 빙의해 버렸다.

악녀 언니의 기억을 3일에 한 번, 하나씩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대신 다른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본격적으로 덕질을 시작한다.

약간 피를 토하고, 때때로 현기증으로 비틀거릴 뿐인데 주위 인물들이 다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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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카카오페이지

그림

표지보다 본편의 그림이 더 예뻐 보인다. 표지에서는 옷의 장식도 많고 뭔가 살짝 번잡한 느낌이라 인물이 부각되지 않는데, 내용으로 들어가면 인물이 두드러지는 장면들이 많다. 내용보다 그림에 홀려서 허덕허덕 결제했다. 결제한 것까진 좋은데, 그다음이 없다. 다음 편을 보려면 목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꾹꾹 참고, 하루에 한 편씩만 봤어야 했는데. 미리 보기도 없네.

 

인물의 얼굴, 인체 비율이 적절하다. 걷거나 서 있는 자세 모두 자연스럽고, 배경과 인물의 간극이 매끄럽다. 옷의 디자인이 예쁘고, 색채의 표현이 근사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내용상 격정적인 움직임을 본 게 없다. 물건을 들고, 몸을 트는 등의 동작만 봐도 매끄러운 게, 아마 격정적인 움직임, 달리기나 검술 같은 것도 잘 그릴 듯싶다.

 

웹툰팀의 인원이 이렇게 많이 쓰인 건 처음 보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려서 그런지 확실히 그림의 퀄리티가 높게 유지되고, 그러면서 분량도 제법 많다. 한 편, 한 편마다 사건 전개가 명확하고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든다. 그래서 이걸 아직 안 봤으나 볼 예정인 사람은 부디 30편까지 기다렸다가 읽기를 추천한다. 기다리기 힘들다. 정말로.

 

전체적인 색채 사용이 화려한데 튀는 부분이 없고, 밝고 화사하다. 인물의 성격이나 작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색감을 잘 고르는 듯 느껴진다. 웹툰은 시간이 없으니까 눈이나 입술 색 등 얼굴 색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아예 채색 담당이 따로 있어서 그런지, 혹은 콘티, 선화 작업이 빨라서 채색 시간이 넉넉해서 그런지 아무튼 색감을 그냥 페인트로 턱턱 칠한 듯한 느낌이 없다. 물론 시간상 막 일러스트처럼은 못 하겠지만, 빛과 어둠의 명암이 적절하고, 전체적인 색의 조합이 멋있다. 모르겠다, 그냥 멋있다. 그림 볼 줄 모르는 눈이지만 이건 아무튼 멋있다.

 

인물의 표정이 다양하면서도 명확하다. 이것도 아직은 감정 폭이 넓게 표현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쑥스러워하거나 불쾌하거나 어느 쪽이든 굳이 얼굴이 붉어지는 등의 효과가 없어도 선명히 그 얼굴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어린아이, 노인의 얼굴 표현이 자연스럽다. 르페르샤 황녀의 어린 시절의 모습도 위화감이 없고, 록스 의원도 늙은 얼굴이 잘 표현되어서 어색함이 없다. 가끔 그림 작가가 가장 익숙한 나이 대의 그림이 아니면 어린아이는 얼굴만 어른인 경우가 있고, 늙은이는 젊은 얼굴에 주름과 백발만 있는 듯한 어색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가는 그렇지 않다. 다른 나이 대의 그림도 충분히 잘 표현한다는 건 그림 작가로서 꽤 큰 힘이라고 본다.

 

원작 소설의 표지는 꽃 때문인지 아르누보가 생각난다. 이 표지도 정말 예쁘다. 그런데 캘리 젲목이 살짝 눈에 안 띄네. 선이 다소 거친 느낌이 들어서인지 큰 그림으로 보니 글자가 다소 거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무슨 글씨인지 명확해서 예쁘다.

 

내용

르페르샤 황녀에게 빙의한 인물은 너무 덕후다워서 공감이 간다. 자신을 대놓고 싫어하는 인물을 앞에 놓고도 잘생겼다고, 태어나 줘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잘생겼으니까.

 

르페르샤 황녀는 동정을 받는 것도 싫어하고 드높은 긍지와 자존심으로 죽음까지도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인물이라 나 역시 꽤 매력적인 인물로 보았다. 하지만 진짜로 그런 인물이 곁에 있으면 답답할 거야.

 

그런 인물을 최애로 두고 완결까지 봤는데, 그 자신이 최애한테 빙의되다니. 나였으면 너무 아쉬워서 일주일은 서러워했을 것 같다. 최애의 주변 인물로 빙의해야 행복한 덕질 라이프가 되는데! 게다가 내 얼굴이 되면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볼 수가 없잖아. 주위 인물이 되면 그 인물과 친해지든, 시중을 들든 하면서 실시간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아마 그렇게 되면 내 월급은 그 인물의 초상화를 의뢰하는 데 돈을 다 쓸지도 모른다. 음, 그래서 최애 본인으로 빙의시킨 걸까?

 

르페르샤 황녀가 왜 하필 주인공을 자신의 몸에 빙의시켰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복수를 원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악명을 벗겨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읽다가 죽은 독자를 데려와서 '너 편한 대로 살아.'라니. 소설에는 이게 나와 있을지 모르겠는데 웹툰에서는 아직까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빙의 전 르페르샤 황녀 본인의 곁에 있는 시녀 중에서도 황녀의 곁을 지킨 인물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왜 그들은 황녀가 악녀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던 걸까? 혹은 악녀라고 생각하면서도 곁에 있었다면 그 악명을 이용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몸 사리느라 악명을 두었다면 황녀를 정말 좋게만 생각한 건 아니었을 듯한데 이제 와서 변했다면 왜 그건 표현되지 않았을까?

아직 르페르샤의 기억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채라서 그런지 모호한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소설은 아직 손을 댈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들의 매력은 얼굴 외에는 아직 잘 느껴지지 않아서. 친해지는 과정이 약간 빠르게 쓰여서 과정이 '이제는 농담도 하게 될 정도가 됐다.'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듯 넘어가는 까닭인지, 그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각 인물의 매력이 명확히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없다고 해서 마음이 바뀌는 까닭까지 모르지는 않는다. 작가는 명확하게 남자 주인공들이 르페르샤 황녀를 안타깝게 여기고, 편견에서 벗어나는 내용을 잘 다루고 있다. 다만 내가 아쉬운 건 인물이 많다 보니 하나씩의 관계 변화를 보기 어렵다는 것뿐. 많은 인물의 관계 개선이 한꺼번에 다뤄지다 보니 집중할 만한 변화를 보기 어려웠다.

 

평점:

*그림이 아주 훌륭하고 콘티가 흥미롭다. 하지만 소설까지 볼 정도로 각 인물의 매력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미 충분한 양의 이용권을 사 두었다. 그림만 봐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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