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자 산책

[로판 웹툰 리뷰] 괴물 공작가의 계약 공녀

by 김자오 2020. 9. 19.
728x90
반응형

장르 로맨스 판타지

만화 민작

원작 리아란

여주 키워드: 상처, 비밀, 먼치킨, 힐링, 성장, 복수, 희생, 제물, 입양, 계약, 가족, 다정, 자안

남주 키워드: 상냥, 배려, 미인, 헌신, 신관, 기사, 성기사, 능력, 금안

 

<간략한 작품 소개>

하얀 머리에 보라색 눈의 레슬리는 밀색 머리와 녹색의 눈을 타고나는 언니를 위한 제물로 태어났다.

온갖 학대와 가스라이팅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을 기대하며 필사적으로 살아왔지만 부모는 끝내 언니인 엘리를 위해 제물이 되어 불에 타죽을 것을 명령한다.

꼼짝 없이 죽게 된 레슬리를 살린 것은 천년간 그렇게 죽은 아이들의 원혼이었다.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그 탓인지 엘리에게 갔어야 할 어둠의 힘이 레슬리에게 몰리고 만다.

강력한 어둠의 힘을 지니게 된 레슬리는 가족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고 살길을 도모한다.

그러기 위해 찾아간 곳은 '괴물 공작'이라 불리는 셀바토르 공작가.

셀바토르 공작은 레슬리에게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하고 레슬리의 말대로 입양을 결정한다.

레슬리는 '계약'을 위해 입양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셀바토르의 사람들은 누구나 레슬리를 보듬고 사랑해 준다.

처음으로 사랑을 받게 된 레슬리는 원래 가족에게 복수하고 셀바토르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어둠의 힘을 탐내는 인간들로 인해 레슬리는 위험해진다.

레슬리는 그 어둠의 힘에 묶인 같은 처지의 아이들 원혼을 이해하기에 그들을 애정한다.

 

이벤트 2일마다 무료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그림

그림을 즐기는 이유:

인물들의 개성이 또렷하여 구분하기가 쉽고, 표정의 표현이 다양하여 대사를 읽기도 전에 감정을 알 수 있다. 색채가 밝고 다양하면서도 적당히 조화를 이룬다.

콘티가 단순하면서도 읽기 편하게 구성되어 있다.

인물이 상냥한 마음으로 웃을 때면 어떤 인물이든 사랑스러워 보인다. 특히 레슬리가 웃을 때나, 레슬리의 호의를 직접 받은 순간의 콘라드가 보이는 수줍고 부드러운 미소가 가장 예쁘다. 레슬리는 어떻게, 어떤 이유로 웃어도 다 예쁘다.

인물의 눈과 머리 색이 조화롭다. 눈의 색은 자칫하면 입체감을 잃고 붕 뜰 수 있는데 여기 인물들의 눈은 반짝인다.

 

아쉬운 점:

약간 움직임이 딱딱하다. 앉은 자세, 움직일 때 몸의 움직임이나 근육의 움직임 등이 다소 정적이다. 표정을 표현하는 폭이 총 (-5)~(+5)라면 이 작품은 (-2)~(+2) 정도. 표정이 다양하지만 강렬하지 않고 비교적 잔잔하다.

 

웹툰이라서 보인 한계:

배경과 인물이 조금 따로 논다. 예를 들어, 바닥을 그리지 않고 따오는 듯한데 명료하지 않고 흐린데 인물 신발은 선명하고 그림자가 살짝 안 맞아서 바닥과 괴리감이 있다. 인물의 얼굴이나 몸, 옷에 비치는 그림자가 다소 단순하여 입체감이 적다. 옷의 자락이 좀 부자연스럽다. 앉을 때, 서 있을 때, 움직일 때 모두 옷의 주름이나 쏠리는 방향 등이 종이 인형 놀이의 옷처럼 뻣뻣하다. 특히 드레스 자락이 부자연스럽게 직선이다.

 

내용

주인공 레슬리가 불행에서 행복으로 가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좀 많이 불행한데 이게 과하지 않다. 매번 레슬리가 나올 때마다 불쌍하게 그리지 않고, 대사 하나씩으로 보여 주어서 자연스럽게 안쓰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죽을 뻔한 뒤로 성격이 변하는 과정이 과격한 느낌이 들고 오랫동안 학대받던 아이치고 자신을 학대하던 어른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적어서 조금 부자연스럽다. 웹툰에서 그 부분을 조금 쳐 냈을지도 모르지만 음, 죽을 뻔한 뒤로 너무 급격히 변한 감이 있다.

 

레슬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모두 정의롭고 상냥하고 친절하고 밝은 사람들이라 읽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인물이든, 특히 셀바토르 공작 가문의 인물들은 모두 레슬리에게 온전한 애정을 보인다. 쑥스럽다고 숨기거나 아닌 척하는 인물이 없어서 더욱 유쾌하고 밝은 기분이 든다.

 

공작 부부의 사이도 유쾌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면이 있다. 서로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아무리 서로를 사랑하는 인물들이라고 해도 부모 세대의 관계라면 다소 납작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부부 간의 관계가 입체적이고 정겹게 묘사되어 있다.

 

황제와 공작의 사이가 재미있다. 만담인가. 자주 나올 필요는 없지만 가끔 이렇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로 두 사람이 등장하면 좋을 것 같다.

반면 메데이아 태후와의 관계는 묘하다.

태후는 공작을 동경하며 동시에 질투한다. 그렇기에 공작을 위해 조언을 하면서 동시에 위험에 빠뜨린다. 공작은 태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지만 태후로 인해 벌어지는 위험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다만 레슬리가 위험해질 것만은 걱정하지만 그뿐이다. 태후도, 황제마저도 자신에게 어떠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레슬리의 친부모와 친언니 엘리는 납작한 악역이었던 데 반하여 메데이아 태후는 제법 흥미로운 악역으로 보인다. 태후가 꾸미는 일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으나 한편으로 아직도 공작에 대한 호의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입체적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는 셀바토르 공작도, 공작 가의 집사도 여자로 나온다. 요즘 추세가 여자들이 직업에 고루 분포되는 것이라 이것만으로는 특별해 보이지는 않지만, 굳이 그것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읽힌다. 굳이 여자, 남자를 따지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매끄러움이 있다. 여자가 공작이 되고 많은 직업에 있다고 해서 싫다는 게 아니라, 과하게 그것을 드러내면 내용이 흐려지고 그 점만 강조되기 때문에 정작 주요 인물의 서사를 방해하는 감정이 들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게 아니어서 편히 읽힌다.

 

나를 위한 편지를 받는 건 어떤 기분일까?
-글 리아란, 웹툰 민작, <괴물 공작가의 계약 공녀> 45화 중

위의 대사는 왠지 가슴에 와 닿았다. 명확하게 '나 이렇게 불행해.'를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사소한 소망을 내비치면서도 듣는 사람이 안쓰러워할 만한 말이었다. 그리고 편지라는 건 정말로 대상에 대해 생각하면서 써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편지 한 번 못 받아 봤다는 말이 크게 느껴졌다. 레슬리를 위해 편지 한 장 써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안타깝다.

 

그리고 친부모에게도 학대받던 때에 유일하게, 단 한 번이지만 검은 빵 대신 하얀 빵과 잼을 갖다 줄 만큼의 호의를 보였다가 쫓겨난 하녀를 만났을 때가 인상 깊다. 그 하녀가 식당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양어머니에게 "가고 싶다."고 조르는 장면이 따스해 보인다.

혹시나 미움 받을까 봐, 새 가족과 자신은 계약으로 묶인 관계여서 간단한 부탁도 못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고집을 부려서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그 장면이 유독 인상 깊다.

 

평점:

*주인공 편에 선 인물들이 모두 매력적이고 아기자기한 힐링물이라 보기 좋다. 레슬리가 보이는 허술함이 아이로서의 허술함이라는 점도 퍽 보기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친부모와 언니의 악한 모습을 너무 부각하려다 보니 다소 납작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살짝 억지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리 레슬리가 뒤에서 지식과 지혜를 담당해 왔다고 해도 귀족 가문의 여인이고, 레슬리에 의해서라도 자연스레 익힌 게 있을 텐데 엘리가 너무 귀족답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그 가족들은 엘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었는데 너무 쉽게 무너졌다.

또 하나는 인상에 강하게 남을 만한 사건이 없었다는 점이 좀 아쉽다. 학대, 계약이라는 건 꽤 많은 소설에서 본 탓인지 인상이 약하다. 그 외에도 많은 사건들이 벌어졌지만 개인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인상에 강하게 남는 사건은 없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