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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리뷰

[판타지 소설 리뷰] 던전 레스큐 (이경영)

by 김자오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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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판타지

연재처: 카카오페이지

작가명: 이경영

<작품 소개>

 

[리뷰]

이경영 작가의 신작이라길래 한번 봤다. <가즈나이트>로 알게 된 작가. 지금도 있나 하고 보니까 엄청 멋있는 표지를 달고 있네.

개인적으로는 리콜렉션, BSP를 좋아하는데, 그다음 작품은 이래저래 읽지 못 했었다. 바쁘기도 했고. 그러다가 카카오페이지 기다무 판타지 작품으로 이경영 작가의 신작을 발견했다. 제목은 <던전 레스큐>. 제목만 봤다면 무심코 넘겼을 텐데. 표지가 좀 웃기고 색이 눈에 띄어서 볼 수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인데 저 거대한 바게트빵을 들고 있는 게 우습더라.

<던전 레스큐>는 잭시스라는 키 크고 강인한 남자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판타지 세계 배경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성전사가 태어나고, 그 성전사를 네 명의 여자 대마법사들이 키우는 설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거대한 싱크홀이 나타났다. 그 싱크홀의 안쪽에는 몬스터가 있고, 이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물건들이 나온다. 사람들은 그 싱크홀을 '던전'이라 부르며 그 안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각 던전에는 그곳을 지키는 강력한 몬스터 마스터가 존재한다. 잭시스는 그런 던전을 없애는 사명을 가진 성전사이다. 다만 다른 성전사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무력을 지녔다.

잭시스라는 인물은 이경영 작가의 데뷔작 '가즈나이트'의 리오와 지크를 섞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강한 힘을 갖고 있고, 많은 이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상처가 있던 리오.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무수한 설정을 부여한 리오를 닮은 면이 있고, 한편으로는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유머와 친근함을 가진 지크를 닮기도 했다. '가즈나이트' 때의 리오는 때때로 너무 노골적으로 '고독하고 상처가 있지만 강인해서 사랑받는' 이미지를 넣는 듯해서 읽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그런데 잭시스는 그렇게까지 노골적이지 않아서 읽기에 쑥스럽지 않다. 지크는 약간 '내가 우스꽝스럽게 굴면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느낀다'고 생각하는 게 굉장히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편이라 가끔은 어린애를 보는 기분이 드는데, 잭시스는 그런 면을 주위 사람들이 알아주는 편이라 그렇게 어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주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예뻐라 하고 과도하게 편애하는 편이라, 잭시스가 남과 다른 면이 있어서 고독하고 성전사치고도 지나치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면이 있어도 안쓰럽지는 않다. 때때로 잭시스가 상처 입거나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오더라도 '이 정도로 사랑받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큰 상처는 입지 않을지도'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 많은 '좋은' 설정을 부여받은 것일지도.

그리스로마신화를 차용한 것 이상으로, 그 신화를 설정에 아주 많이 녹여냈다. 그리고 이경영 작가가 이전부터 사랑하는 설정, 기계, 로봇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잘 쓰면 매력적이지만 그리스로마신화가 너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까닭에 기계 관련된 설정은 좀 묻히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설명을 상황이나 사건에 따라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대사로 한 줄 한 줄 설명하니까 그냥 그리스로마신화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들긴 한다. 하지만 나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해 굵직한 사건만 알고 세세한 것이나 족보는 잘 몰라서 이 부분은 설명이 없다면 따라가는 데 힘들었을 것도 같다. 또 한편으로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설명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설정이면 곤란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굳이 그 설명을 꼼꼼히 읽고 머릿속에 기억해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면 가볍게 즐기기 위한 장르소설이 힘들어질 거 같지만 그냥 대충 뛰어넘어도 된다는 점은 좋았다. 현실에서도 머리를 많이 쓰는데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독서에서까지도 머리를 쓰고 싶진 않아서 대충 봐도 되는 소설이 좋다.

이경영 작가는 좀 독특한 버릇이 있는데, 굳이 '왼손이 수염을 쓰다듬었다'는 등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게 퍽 재미있는 게, 요즘은 구체적인 시간 흐름, 길이, 거리, 어느 손인지 등을 작성하지 않아서 더 특이하게 느껴진다.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보다는 만화책을 읽듯이 시각적 이미지까지 설명한다는 점이.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때로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당장 알 수 없는, 의문이 생길 법한 생략도 많다. 이걸 왜 말했는지, 왜 썼는지. 이경영 작가는 복선을 많이 깔고, 그것을 회수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지금 주 4회 연재 중이라 그런지 그 시간이 길지는 않다. 와, 이거 만일 주 1회 연재였거나 그랬으면 답답해서 탈주했을지도. 지금 일주일에 꽤 많은 분량을 연재하는 덕분에 답답한 시간이 길지 않아서, 바로바로 해결돼서 더 편하게 읽고 있다.

다만 나는 루보리가 너무 안타깝다. 초반에 굉장히 큰 설정을 가진 것처럼 등장했는데, 등장만 의미심장하고 뭔가 좀 쩌리가 된 거 같아. 소요는 여주 아닐까 싶었지만 역시나 하렘 중 하나였군. 그러고 보니 '가즈나이트' 때도 따로 여주가 있다기보다는 늘 하렘이었다, 리오와 지크는. 작가의 로망이 하렘인가. 하지만 나는 무협에서는 로맨스 자체를 싫어하고 판타지에선 하렘을 싫어한다. 다 똑같아. 모든 여캐들이 그냥 남주를 좋아하고, 희생하는 게 전부라. 영 재미가 없다. 난 로판에서 역하렘을 좋아하는데, 그게 주인공이 여자라서가 아니라 모든 남캐가 다 맛이 달라서 좋아한다. 어떤 남캐는 상냥하고 자상하고 강인하고 배려심 많고 아무튼 완벽하고, 어떤 남캐는 연약하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지만 여주한테만은 희생적이고, 어떤 남캐는 집착하고 강압적이면서도 여주가 다치는 꼴을 못 보는 등 다 달라서 보는 맛이 있는데. 주로 무협이나 판타지에선 그냥 다 똑같아서 싫어한다. 어떤 작가든 여캐는 다 똑같이 써서 영. 이 소설에서 본 여주를 저 소설에서도 본 기분이라 질린 터라.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 <던전 레스큐>에서의 하렘은 노골적이지 않고, 캐릭터도 제각기 다른 맛이 있어서 아직은 흥미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막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 아닌 건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와, 잠에 취해서 새벽 감성으로 쓰니까 내용 얘기 없이 리뷰가 술술 쓰이네. 아무튼 복잡하게 기억해야 하는 설정 따위는 대충 넘기면서 읽으면 꽤 흥미진진한 소설. 중간중간 싸움이 없어서 심심한 구간이 긴 곳이 있긴 한데 그래도 괜찮다. 다만 정말 많은 인물이 나와서 좀 복잡하다. 얘가 누구더라 싶은 때가 많다. 인물이 많아도 잭시스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심도 있게 다뤄지면 기억하기 쉬운데, 전부가 가볍게, 짧게 쓰이다가 한동안 안 나오고 또 갑자기 나타나는 식이라 약간 헷갈린다. 나는 현실에서도 얼굴 본 사람의 얼굴과 이름도 잘 기억 못하는 편이라 활자로만 있는 무수한 인물을, 그것도 제대로 다뤄지기보다는 그냥 흥미 유발형으로 나오는 많은 인물을 기억하는 건 조금 어려워서. 그렇다고 이런 소설에서 각 인물을 심도 있게 다뤄도 재미없겠지만 그냥 아무튼 외우기는 어려운 편이다. 성전사들도 각기 개성은 있는 것 같은데 애들이 다 비슷비슷해서 잘 모르겠다. 잭시스도 그렇고 다른 성전사들도, 그냥 짊어진 사명의 크기가 다를 뿐 말투나 농담, 생각이나 태도가 다 닮아 있다. 다만 잭시스가 굉장히 예의를 중시하고 공경심을 가진 인물이라 보기에는 좋다.

 

*한 줄 평: 생각 없이 읽으면 술술 읽힌다. 너무 많은 인물과 설명, 설정이 있지만 대충 넘기면서 읽어도 괜찮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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