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지컬

2021.01.13 마티네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자첫자막

by 김자오 2021. 1. 17.
728x90
반응형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포토존

예전에 이거 재미있다고 한 번쯤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하지만 그쯤 내가 회전 도는 작품이 있어서 못 봤었다. 이번에는 재택근무 중에 멀리 가기도 눈치 보여서 관극을 자제하느라 못 볼 뻔했지만. 어쩌다 보니 좋은 자리를 잡아서 가게 됐다. 자리가 좋다면 가야지.

외쳐 조선 배우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포토존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캐스팅보드

캐스팅

단: 이호원 배우

진: 김수하 배우

홍국: 임현수 배우

십주, 자모: 이경수 배우

골빈당 삼인방: 호로쇠 장재웅 배우, 기선 정선기 배우, 순수 정아영 배우.

임금: 김은총 배우, 조노: 심수영 배우, 엄씨: 김승용 배우

백성들: 개똥 김재형 배우, 소똥 노현창 배우, 주모 황자영 배우, 행이 민소영 배우, 복이 류연진 배우, 순이 임상희 배우, 스윙 김종준 배우.

 

단은 동작에 힘이 있고 절도가 있어서 오히려 이 극의 배경과 약간 안 맞는 듯싶었다. 보여 주는 연기와 춤 동작이 모두 뮤직 비디오에서 연기 좀 하는 아이돌의 느낌이 들었다. 정말 아이돌인가?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앙상블과 노래를 할 때 첫마디가 잘 안 들릴 때가 많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임금 앞에서 하는 시조 대회 때는 꼭 첫 마디가 안 들려서 나는 좀 답답했다. 그런데 2층에서는 잘 들렸다고 하니 내 자리가 안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단희는 종종 '여기서는 이렇게 움직여야 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표정과 행동이 앞서고 그다음에 감정이 따라가는 듯 느껴질 때도 있었다. 임금 앞에서는 감정 몰입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장면을 따라 가다가 몰입한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슬픈 생각을 끌어오거나 연기하다가 몸에 밴 버릇처럼 끌어온 듯, 장면의 흐름과 약간 동떨어진 듯한 인상을 받았다. 차라리 몰입하기보다 감정이입을 한다는 느낌으로 살짝 단희에서 떨어져서 단희를 연기하는 배우로 서 있었다면 연기는 좀 아쉽다고 할지언정 따로 노는 느낌은 덜했을 듯하다. 그리고 계속 단희라는 역할보다 아이돌로 보인다. 자신만만하고 사고 치고,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도 모두 단희라는 인물과 꼭 맞는데 희한하게 그냥 단희보다 아이돌로 보인다. 왜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진이 너무 귀여워! 웃을 때마다 같이 웃게 된다. 정말 맑고 환하게 웃는데, 볼수록 매력적이다. 주인공은 단희고, 진이는 전형적인 남주를 빛내는, 영리하지만 어딘가 아쉬운 여주의 역할이지만 그럼에도 진이 역을 한 배우가 너무 매력적이라 시선이 다 쏠린다. 연기도 잘하는 편이고, 웃음이 온 무대를 채우는 느낌이 들어서 더 시선이 갔다. 다만 아버지와 처음으로 본격적인 갈등을 빚었을 때 움직임이 아쉬웠다. 그동안 꽤 자연스럽게 움직이곤 해서 그런지 그 장면에서 튀었다. 진이가 백성의 말을 모아서 쓴 종이를 대감이 바닥에 내팽개쳤을 때, 진이가 그것을 줍기 위해 움직인다. 그때 왜 움직이는 건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기껏 모은 종이를 내팽개친 게 화난 건지, 아버지가 그래도 자신은 할 일을 하겠다는 단호함인지, 아버지와 말이 통하지 않는 절망과 동시에 신념을 위해 맞서겠다는 각오인지, 그런 게 잘 안 보였다. 그냥 거기에서 단호하게 걸어가서 종이를 줍는 모양만 보였다. 그 뒤 대감과 자리를 바꿔 가며 걸을 때도 좀 그런 식으로 움직여야 해서 움직이는 인상이 더 강했다.

 

십주 역할의 배우도 웃을 때 자꾸 시선이 간다. 환하고 부드럽게 웃는데 그게 묘하게 시선이 간다. 연기도 퍽 자연스러웠다. 특히 자모 역할을 할 때 좀 맘에 들었다. 자모가 처음 백성 신분으로 나왔을 때는 쭈그리 같고 추레했는데, 바로 다음 순간 옷을 갖춰 입고 관직을 얻은 모습이 되었을 때는 인자하고 기품 있는 인물로 비쳤다. 그러다가 또 십주가 되면 친근하고 허술하고 장난스러운 인물이 된다. 좀 더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나오면 더 매력적이었을 것도 같고, 지금 이대로라서 골빈당의 중심으로 존재감이 더 확실해 보이는 것도 같다. 만일 퇴근길이 가능한 때였다면 공연이 끝나고 진이와 십주 배우의 퇴길을 기다려서 가능하다면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을 것이다. 정말 두 배우가 제일 매력적이었어.

 

행이도 눈이 자꾸 간다. 남녀 할 것 없이 앙상블 중에서는 이 배우가 제일 눈이 갔다. 앙상블 중 가장 표정이 잘 나오고, 웃을 때 표정이 명확하게 보여서 같이 웃게 되고, 계속 시선이 간다. 표정이 잘 보이는 얼굴이라 연기를 못 하면 큰일인데, 어느 정도 연기가 되면 정말 괜찮구나. 그리고 행이 배우도 연기가 자연스러운 편이고, 신나는 장면에선 정말 신난 얼굴로 있으니까 보기에 기분 좋다. 이분도 이 시국만 아니면 사인받을 수 있을까 기웃거렸을 거야.

 

골빈당 삼인방도 연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어떤 인물들인지 명확히 드러나는 게 너무 좋았다. 호로쇠는 까불까불하면서도 형님 기선을 향해 친근한 종처럼 굴 때가 있는데 진짜 종이었어! 처음에는 과거에 종이었던 거 몰랐으니까 그냥 대사로 봐서는 아부 좀 할 줄 아는 인물인가 싶은데 그런 것치고 너무 종 같은 거야.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종이라니. 말투, 행동에서 모두 느껴진다. 딱 하나, 자세가 좋다 보니까 종 특유의 굽실거리는 직업병이 약간 덜 보였다는 건데, 어차피 골빈당으로 몇 년이나 살아왔으니 또 그게 맞는 것도 같고. 종으로서의 호로쇠가 굽실거리는 건 그런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직업병이라서 양반 출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데다가 형님인 기선에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대하는 듯 보였다.

 

기선은 처음부터 이상하게 양반 느낌이 난다, 말투도 양반 같다, 했는데 양반이었어. 나는 양반 역이면 양반처럼 입고, 골빈당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듯, 기선이 기품 있고 말투도 양반스러운데도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진짜 양반 출신이라고 하니 이것도 배우 재량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어깨를 떨거나 흐느끼는 등의 모습을 보일 때 몸과 입을 너무 크게 떤다. 떠는 모습이 드러나는 건 좋은데 나는 앞쪽에서 보기 때문인지 동작이 너무 커서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순수 역. 이건 역할 자체가 좀 특이하다. 말은 안 하고 무술은 하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왜 저렇게 과격한가 싶었다. 그런데 사연을 알고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지만 역시 처음에 단희를 죽이려 한 건 이해가 안 가. 그런 과거가 있으면 오히려 누군가를 해치고, 죽이는 일에 더 신중해지지 않나? 물론 골빈당의 사활이 걸린 일이니 그럴 수 있지만 너무 쉽게 죽이려 드는 것 같았어. 그리고 단희랑 막 잘 어울리지도 않다가 단희가 감옥에서 나와서 따로 갈 길 가자고 할 때 갑자기 넌 가족이다, 하니까 뜬금없었어. 그동안 단희랑 돈독한 모습을 거의 못 봐서. 같이 장난도 치고, 어울리기도 하고 그런 건 좀 있었지만 순수랑 단희는 뭔가가 안 보였는데. 뭐 그래도 이건 이해된다. 같이 술도 마시고 과거사도 털어놨었으니까. 골빈당 삼인방도 각각의 매력이 뚜렷하다 보니까 어느 한 명도 묻히지 않는다.

 

그런데 룰루랄라 조노 뭐야, 대체? 너무 억지로 웃기려는 것 같아서 오히려 오그라들었다. 왜 굳이 외국인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고, 일본에서 쫓겨났대도 조선 선왕을 죽였으면 일본에 가서 "내가 그랬다. 그리고 이것은 조선의 실세인 시조대감의 최대 약점이니 내가 증인이다."라고 하면 도리어 더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텐데 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투도 일본인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는데 그래서 잘 안 들리고, 더 불편했다. 만화 캐릭터인 롤로노아 조로를 따라 하려고 칼도 세 자루를 차고 있는데 이게 웃기지도 않고. 만화를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같이 웃을 수도 없고. 진이한테 잘하는 것도, 왜 잘해 주는지도 알 수 없고, 진이가 자신을 놔달라고 할 때 뜬금없이 "신념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 신념대로 살아."라고 하는데 그 장면에 왜 신념이란 말이 나오는지, 그리고 조노가 왜 그 말에 놔주는지, 그래서 조노의 신념이 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 뒤 목숨 걸고 진이에게 시조 대감의 약점인 선황 시해 증거를 주고 죽어 버리는데 왜 그런지도 모르겠어. 차라리 진이를 여동생으로 생각했음 모를까. 그리고 대체 왜 호패를 갖고 싶어 하는 거야? 굳이 조선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나? 안 되면 그냥 중국 가서 살든가. 그리고 호패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 칼을 세 자루나 차고 다녀? 조노는 진짜 보는 내내 불편하고 왜 이런 인물로 등장하는 건지 의아하기만 했다. 그 증거 때문이었다면 그냥 진이가 아버지의 문서를 몰래 훔치는 것만으로 됐을 테고, 감옥에 갇혔을 때 빼줄 인물이라면 그냥 골빈당의 말에 동감하는 말단 병사나 그런 백성이 "우리 대신 말해 달라."고 풀어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참 모르겠다.

 

극은 가볍고 신나는 편이지만 종종 억지로 웃기려는 듯 보일 때가 있어서 오히려 웃다가 싸늘하게 식었다. 시조 축제가 특히 과했어. 두 명 나오는 조. 이도 저도 아닌 힙합 같은 그들도 그랬지만 그 배우들이 양반으로 나온 일리 있네라는 팀도 영. 그거 가사도 거의 안 들렸어. 무슨 말이었지? 아무튼 이 나라가 잘 굴러가고 있고, 양반이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그리고 궁금한 게, 축제가 끝난 후 단희가 우는 거랑 임금이 우는 이유가 뭘까? 단희는 그 장면의 비통함으로 우는 것 같진 않았어. 다른 이유로 우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 장면에 왜 울음이 들어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버지가 누명 쓰고 죽은 게 비통해서? 고통받는 백성 중 하나로서의 자신의 삶이 한스러워서? 자신도 죽을까 봐 두려워서? 임금이 귀를 닫은 게 답답해서? 왜 우는 거지? 임금은 또 왜 울었을까? 자신이 힘이 없고, 지금껏 이상함을 느꼈음에도 그냥 시조대감에게 일을 맡긴 게 미안해서 어린 나이에 충격 받고 울 수는 있는데, 그 장면에서 느끼는 건 너무 약해서 잘 모르겠다. 대본과 연출로는 계속해서 어린 임금이 백성의 말을 듣고 싶어 하고, 백성을 위하고 싶어 하는데 잘 안 돼서 속상해하는 게 보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진실을 알고 우는 이유 자체는 알겠는데, 음, 배우가 보여 준 이유는 좀 너무 약했다. 그 전까지는 정말 잘해 줬는데. 나약하고 휘둘리고, 그러면서도 백성을 위하고자 하는 모습을 잘 연기해 줘서, 마지막이 아쉬웠다. 그 장면에서 울기 위해 더 많은 감정을 넣은 인상을 받았다. 울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나? 진짜 그 전까지 잘했는데. 그래서 튀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합이 안 맞는 건 뭐 이 시국이라 다 같이 만나서 연습을 못 해서인 것 같다. 몇몇은 너무 혼자서 연습한 느낌이 강해서 튀기도 했고. 하나하나를 보면 괜찮은데 전체로 보면 좀 따로 노는 듯하다. 단희와 시조대감은 다른 이들과 맞춰 보는 것보다 혼자 연습한 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것 같았다. 둘 다 연습 엄청 한 것 같은데 혼자 연습한 시간이 더 긴 것 같았어.

 

그래도 모든 배우가 온 힘을 다해 연기하는 게 보였다. 관객이 거의 없고 박수 소리도 적고, 웃음이나 환호는 전혀 없는 고요한 객석인데도 배우들은 쳐지거나 힘든 기색 없이 정말 열심히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뛰고 웃고 분위기를 띄운다. 객석 반응이 없으면 아무리 배우가 뛰어도, 깔리는 음악이 신나도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쳐질 수 있는데, 배우들만으로 분위기가 살았다. 거리 두기 때문에 2칸 띄고 앉고, 그나마도 마티네라 사람이 더 적은데도 정말 휑한 느낌을 받지 못 했다. 이렇게 관객이 적은데도 이렇게 분위기 유지하는 극은 사실 처음 보는 것 같아. 극 자체가 너무 웃기려고 애써서 오히려 식어 버리는 때가 많아서 그럴 때마다 읭? 싶은 게 눈에 띄고 말았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참 좋았다. 같이 흥겨웠어. 극도 과할 때 빼곤 명료하고 좋다.

 

조노라는 인물이랑 축제 때 힙합 같은 거 빼곤 다 좋았다. 배우들이 너무 잘해 줬어. 재밌었다.

728x90
반응형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7.05(일) 여운이 남는 뮤지컬, <난설>  (0)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