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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한 어느 주말.
예술회관을 지나 조용한 공원에 들어섰다.
주황색에 주근깨가 콕콕 박힌 나리꽃이 피어 있다.
삐쭉한 잎사귀가 촘촘히 나 있고, 군데군데 아직 망울 맺은 봉오리가 고개 숙이고 있다.
큼직한 버드나무가 잎을 드리운 아래, 가는 물줄기가 졸졸졸 흐른다.
편편한 돌이 놓인 길의 사이사이에는 자라다 만 풀잎이 초록색으로 자라고.
철이 꾹꾹 박힌 사이로 자라난 풀잎이 무언가 하고 보니 널찍한 잎사귀 사이로 조그만 포도가 맺혀 있다.
다람쥐도 새도 한 입씩 베어 먹을 만도 한데, 벌레만 왔다 간 모양이다.
알알이 자라난 포도 알갱이가 퍽 귀엽다.
노란 해바라기과의 꽃과, 이름은 잊었지만 그 모양은 익숙한 보라색 꽃이 솟아 있다.
노랑, 보라, 초록. 그 조합이 참 곱다.
와르르 피어난 해바라기꽃.
위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와글거리는 모양이라 혹시 벌레 소리라도 들릴까 하여 귀를 기울인다.
들리는 건 바람 소리뿐이다.
그래도 어여뻐서 또 한 번 시선을 주고, 또다시 귀를 기울이고.
길 가다가 보이는 나무, 꽃만으로도 행복한 산책로였다.
아무것도 아닌 듯한데 시선이 가고, 사람 소리만 가득한데도 꽃잎 스치는 소리를 찾게 되는 곳.
그런 날, 그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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